가슴 깊이 존경할 만하다 하는 어르신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한국 문화 상 장유유서라서 나이 드신 분들을 어르신 대접하는 그런 형식상의 것 말고 말입니다. 이미 세대 간의 격차는 벌어졌고, 일반적으로 어르신이라고 하는 분들과 소통,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배움을 쉬지 않고 고학력 스펙을 가지신 분들과는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 때문에 주제별로 조목조목 따져가며 지적으로 말을 잘 전달하는 조던 피터슨에 대해 열광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근데 조던 피터슨처럼 교수 경력, 박사 학위, 연구 성과 같은 것 없이 영상 두 개로 지금 세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힘과 위로를 준 사람이 있습니다. 영상 단 두 개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은둔 고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상은 5년 전에 유튜브에 업로드되었습니다. 유튜브 채널명이 실명과 같은데요. 바로 Bernard Albertson이라는 분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유명한 분이 아닙니다. 이 영상을 업로드했을 때 당시 5년 전에는 영상이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n old man's advice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이 갑자기 5년 후엔 올해 2020년에 떡상을 하게 됩니다. 이분은 2020년 7월 10일에 82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우선 영상의 반응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그의 영상을 추천받은 사람들은 선택받은 자들이다. 그가 비록 죽었을지라도 그의 레전드스러운 조언은 오래 남을 것이다.
우리는 실패작이 아니라고 말할 때 눈물 찔끔 났어.
좋은 싫건 우리 모두 이 영상을 통해 여기 모든 이유가 있을 거야. 얘들아 우리 자신을 좀 믿자.
이 영상에 싫어요 누른 사람 진심으로 누군지 한번 보고 싶다.
싫어요 누른 사람은 아마 호주 식으로 좋아한다는 표현일 거야.
왜 이 영상이 오늘 모두에게 추천되었는지 좀 무섭다.
목소리 톤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난 최근 대학원 과정 중인데, 완전히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태였어. 화려한 편집이나 음악도 없이 배경도 없이 카메라 앞에 앉아 말만 하는데 최고의 스피치인 것 같아.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어르신.
이분에게 너무 많은 존경을 표하게 된다. 믿을 수 없어.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상을 보고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모를 채 세상을 떠났다는 게 슬프다.
어르신,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이런 조언의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전 29살인데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29년의 시간을 그냥 버린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유튜브의 좋은 점이다.
이어서 그의 서거 소식을 전하는 웹사이트에 죽은 이에게 경의를 표하는 애도의 물결이 답글로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또 트위터에선 never quit이라는 제목으로 좋은 조언이 있다고 하면서 이 영상의 링크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영상 얘길 좀 해보겠습니다. 한번 이 영상을 열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제목과 일치하게 정말로 oldman의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 나와서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분이 말하는 어려운 어린 시절이란 10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부모에 의해 길거리에 버려진 것, 셸 주유소에서 시급 1달러 잡을 얻었는데 돈이 턱없이 부족해서 일주일에 90시간을 일했던 것, 차가 집이었던 것, 빨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한 것,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가끔 건너편 슈퍼에 가서 사과나 오렌지를 훔쳐 먹은 것, 독학으로 읽고 쓰기를 배운 것 등입니다.
이런 어려운 일들을 하나하나 겪으면서 나쁜 생각하지 않고 우울증에 걸리지도 않고 80세 넘도록 살아남아 컴퓨터까지 배워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최신 노트북 앞에 앉아 한마디 합니다.
"만약 당신이 젊다면 포기하지 말아라. 세상이 나를 등진 것 같다는 말 하지 말아라. 그건 사실이 아니다."
독학으로 읽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도 5권이나 쓰셨습니다. 근데 그 책들 안 유명합니다. 대학도 가셨습니다. 나중에는 칠판에 사서 칠판에 직접 쓰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배웠다고 합니다. 이게 지금으로 따지면 이런저런 스킬을 장착해서 월 천만 원 벌어 집도 사고 차도 샀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근데 그다음 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다섯 명의 자식을 낳아 길렀고,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아내, 딸을 장사 지냈다."
내 주변에 내가 아는 누군가가 옆 동네 아무개가 일이 잘 풀려서 새로운 물건, 옷, 차 샀다더라 하는 지금 현재에 집중해서 질투심을 유발하는 얕은 수준이 아니라 나름의 어려운 일을 겪고 잘 된 후에 인생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도 함께 보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또 말합니다.
"배우는 것을 절대 멈추지 마라. 머리를 계속 써서 만들어가라.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이 되도록 해라. 시기가 어렵더라도 안 좋은 일이건 좋은 일이건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미국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아시아 대륙에 있건, 아프리카 대륙에 있건, 한국에 있건, 일본에 있건, 미국에 잇건 상관없다. 젊은이가 나라의 척추임을 잊지 말아라."
이분의 조언이 젊은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세상이 젊은이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말합니다. 보릿고개를 겪고 한국이 경제 성장을 할 때 경제 활동을 했던 지금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뭐든 열심히만 하면 될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젊은이들이 정신력이 부족해서 일을 못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최소한 그들 때에는 열심히만 일하면 1,2년 안에 집 한 채라도 살 수 있었습니다. 7,80년대만 해도 서울의 논현동은 그냥 허허벌판이었습니다. '누가 거기에 집을 사냐'라고 할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부동산과 물가가 올라 밖에 나갔다 하면 몇만 원은 우습게 깨집니다. 오죽하면 최근 후에 편의점이나 다이소로 향해 소확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생겼겠습니까?
바로 이게 다른 점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 '노인의 조언 2'라는 두 번째 영상을 만듭니다. 이때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를 좀 더 합니다.
"사업을 했다. 엄청은 아니지만 나름 성공했다. 책도 썼다. 내가 했으면 너도 할 수 있다. 글눈이 어두워 190 페이지의 책을 독파하는데 3주가 걸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냈다. 당신은 실패자가 아니다. 자신을 믿어라. 한 발씩 나아가라. 노병인 내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젊은이들을 위해 지팡이를 들고 싸우겠다."
결론입니다.
나름 노력은 했지만 크게 유명해지지 않은 이분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소한 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는 것입니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학식, 논리, 팩트력으로 꽉 찬 의사 아버지에게 늘 신은 없다는 논리를 듣고 자란 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의 아버지의 논리를 뒤집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누군가 신을 잘 설명한다고 신이 믿어질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미국의 목사가 그럼 나와 함께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알아보자라고 하며 선뜻 나서 주었습니다. 방법론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권위를 내세우면서 궤변을 늘어놓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그가 이렇게 나서서 말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에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동안 자연스럽게 사고 좀 치는 친구들과 어울려 조금씩 때가 묻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면 천사처럼 웃으며 색안경을 끼지 않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던 친누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정말 나쁜 일을 할 뻔했을 때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권선징악이 무서워서, 신이 두려워서, 부모님께 죄송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천사같이 자신에게 늘 잘해주었던 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 누이 한 사람 때문에 그 사람은 빗나간 인생을 살지 않은 것입니다.
버나드 할아버지의 영상 떡상 타이밍이 코로나로 인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그런 것이다라고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와 더불어 여러 위기에 처한 사람들처럼 어려움이 닥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사 같은 누이 때문에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은 칩 목사와 같은 이런 정상적인 사람들입니다.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굉장히 노멀 한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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